MBC '최고의 사랑'서 구애정 역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배우 공효진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MBC '최고의 사랑'이 종영하고 일주일 후인 29일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상대역 독고진(차승원)의 대사까지 줄줄 읊으며 여전히 '최고의 사랑'에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첫 회부터 반응이 남달랐다"며 "체감 인기도는 그동안 했던 작품 중 최고"라고 밝혔다.
"90% 이상 만족해요. 화면에 나오는 제 모습부터 연기까지 만족스러워요. 가끔 제가 봐도 귀엽게 나왔더라고요.(웃음) 아직도 구애정이 그립고 보고 싶어요. 그래서 자꾸 그 자리를 맴돌게 돼요. 다른 배우들 소식이 궁금해서 인터넷도 봐요. 진심으로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최고의 사랑'에서 공효진이 연기한 구애정은 전국민적인 비호감 연예인이었지만 브라운관 밖에서 그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최고의 사랑'은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시크릿 가든'에 이어 올해 최고의 화제작에 등극했고 공효진은 섬세하고 자연스런 연기로 드라마의 인기에 일조했다.
"저도 하면서 재미있었어요. 초반 구애정 캐릭터가 소개되는 부분이 만화적이었던 거 같아요. '다짜고짜 퀴즈'도 하고 병원에 몰래 잠입도 하고 구애정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이) 많이 투자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분량이 많아서 고생도 했지만 그렇게 찍어놓은 결과물이 재미있어서 만족해요."
'최고의 사랑'에서 구애정은 도도한 톱스타 독고진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독고진은 까칠한 매력으로 많은 여성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공효진이 보는 독고진의 매력은 뭘까.
"독고진은 톱스타가 아니어도 멋있는 남자였을 거에요. 이기적인 남자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이기적으로 굴던 남자가 자기를 위해 한번 희생했을 때 감동이 더 크잖아요. 모성본능을 일으키는 아이 같은 행동들도 매력적이죠. 구애정이 봤을 때 독고진의 예측불허한 돌출행동, 강력한 애정표현이 매력이었을 거에요."
그러나 공효진은 "막 대놓고 사랑을 자랑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 남자에게 감사해요, 누구에게 바쳐요' 하는 거 보기 싫어요. '니네들끼리 해' 이러고 싶을 거 같아요. 친구들이 '우리 오빠 우리 오빠' 하는 것도 보기 싫지 않나요. 자기 인생이 있는데 자꾸 그러면 멋이 없어 보여요. 그리고 얼마나 많은 솔로들이 있는데…"
그는 독고진을 실감나게 연기한 차승원을 '짐 캐리 같은 배우'라며 '어떤 망가짐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제가 봐도 오빠가 연기하는 독고진은 너무 웃겨요. 같이 연기하면서 독고진 홀릭이 됐어요. 계속 오빠를 흉내내게 돼요. 초반에 웃음 때문에 NG가 많이 났어요. 보기만 하면 웃음이 터져서 어떻게 오빠랑 연기할까 두려웠어요. 여장하거나 밧줄에 묶인 상상 장면도 자기가 직접 만들어 온 거에요. '오빠 같은 배우니까 할 수 있는 거야'라는데 말려지지가 않더라고요.(웃음)"
'최고의 사랑'은 연예인들의 애환을 주요 소재로 다뤘다. 악성 댓글부터 스캔들, 무명 연예인의 설움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했고 구애정은 매번 희생양이 됐다.
"애정이가 기자회견에서 '죽으면 될까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말 하고 싶은 연예인이 한 두명일까 싶어요. 계속해서 공격받는 연예인들이 있잖아요.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여러 사건을 보면 너무하다 싶어요. 인터넷에서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거 같아요."
그는 실제로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에게 메일을 보내본 적도 있다고 했다.
"영화 '홍당무' 개봉 후인데 댓글 단 사람한테 '내가 공효진인데 나한테 이메일해'라고 쪽지를 보낸 적이 있어요. 모든 걸 쏟아부은 작품인데 비호감이 나와서 못 봐주겠다는 댓글을 보고 분노하면서 보냈어요. 근데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던지 메일이 안 오더라고요."
'최고의 사랑'은 구애정과 독고진이 결혼 후 알콩달콩한 생활을 함께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들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가운데 '이런 드라마 만난 걸 영광으로 알아'라는 독고진의 대사는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그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며 "엔딩 장면도 그런 건 처음이었다. 촬영 끝나고 가면서 혹시나 감독님이 다시 부를까 (매니저한테) 전화기 꺼버리라 그랬다"며 웃었다.
"그게 원래는 야외 씬이었는데 비가 오면서 실내에서 찍었어요. 원래 충전해야겠다 하면서 서로 얼굴 맞대는 게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그때 아기가 울기 시작하고 감독님도 실내가 그림이 답답해서인지 그런 식으로 엔딩을 만들었어요. 사실 제정신이 아니었죠.(웃음)"
'최고의 사랑'은 쉴틈없는 촬영 일정에 쫓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진짜 졸면서 찍은 장면도 있다"며 "승원 오빠와 서로 입에 공진단을 넣어주면서 버텼다. 스태프들도 진짜 고생했다. 그들은 씻을 권리조차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함께하는 남자 배우들을 돋보이게 해준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연기를 12년동안 했는데 이제야 그런 얘길 듣는다. 늦었지만 감사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내 "누군가만 빛나게 하는 배우이고 싶지는 않다"고 당찬 면모를 드러냈다.
공효진은 조만간 배우 하정우와 로맨틱 코미디 '러브 픽션'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인데 결코 가볍지는 않다"며 "상업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상업적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역할이 비슷하지 않다면 드라마에서도 로맨틱 코미디를 다시 하고 싶다"며 "좋은 계절을 골라야 하는데 후반부에 해서 연기대상을 노려보고 싶다"며 웃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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