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배우가 노년의 동료들에게 공진단(拱辰丹)을 나누어 주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고령의 나이에 체력적으로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예능프로였기에, 동료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작년에는 프로야구팀 넥센의 염경엽 감독 도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공진단을 선물했는데, 넥센은 창단 이후 첫 번째 경험한 가을야구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처럼 공진단은 수 만 가지 한약 중에 유독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처방이다. 역사적으로  공진단은 원나라의 유명한 의학자 위역림(危亦林)이 5대째 가문에서 내려온 비방을 모아서 편찬한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세의득효방에서 공진단은 허약체질을 개선하고, 체력을 길러주며, 간을 보하고, 전신의 기혈흐름을 원활하게 해준다고 하였다. 그러나 녹용, 사향 등 진귀한 약재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나 먹을 수 있는 약은 아니었고 주로 황제에게 진상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이때부터 공진단은 ‘황제의 보약’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공진단은 조선 최고의 의서인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몇 차례 등장하였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이 약이 원기를 보충하고 오장육부를 조화롭게 하되, 특히 간이 허해서 근육의 힘이 약해지고 눈이 어두워지는 등의 허로(虛勞) 증상에 최고의 명약이라 하였다.

최근에는 공진단이 두뇌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실험결과가 SCI급 국제저널에 게재되었다. 연구진은 이 환약이 신경 성장 인자 분비를 증가시키고 뇌신경 축삭돌기의 형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학습능력을 강화하는데 효과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입증하였다.

공진단이 이처럼 훌륭한 보약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안타깝게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약은 아니다. 엄선된 재료를 사용해야 하고, 조제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오가닉한의원 이원복 원장은 “공진단은 녹용, 사향, 당귀, 산수유 등의 약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에 녹용은 반드시 분골을 써야 하는 약재다”며 “분골이란 녹용의 가장 꼭대기 부위를 말하는데, 녹용의 양기(陽氣)가 축적되어 있으며 세포활동이 가장 왕성하여 사람의 기운을 보충시키는데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향의 경우 반드시 진품사향을 써야만 하는데,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사향은 합성사향이 첨가된 가짜 사향인 경우도 있기에 제대로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반드시 식약청의 인증을 받은 정품 사향을 써야만 공진단의 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진단을 조제하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은데, 약재를 의서에 나와 있는 대로 정확하게 법제한 뒤 가루를 내고 반죽을 하는 데에만 수일이 걸린다. 매 과정마다 전문가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이 많이 들어간 한약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올바른 약재를 사용하여 정확한 조제법에 따라 만들어진 공진단의 효과는 매우 탁월하다. 특히 기력이 쇠하기 쉬운 노인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수험생, 그리고 피로가 심한 직장인과 운동선수들에게 큰 효험을 발휘한다.

다만, 공진단 또한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藥)으로, 환자의 체질과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복용을 할 경우 제대로 된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 아무리 좋은 한약이라도 전문가의 진단 없이 함부로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