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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12-17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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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은 기자]
'흙수저' '금수저' 비유를 싫어한다. 농담처럼 '흙'을 폄훼하는 것이 당연해진 것처럼 느껴져서다. 금은 처음부터 반짝이는 금괴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물리적·전기적·화학적 공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빛나는 '최종소비재'의 상태로 우리에게 온다. 그 과정에서 재생 불가능한 폐기 물질을 다량 남긴다.
반면, 흙의 활동은 잉여의 폐기물을 남기지 않는다. 생명을 잉태하고, kt 남은 할부금 분해하고, 정화한다. 많은 걸 품어주고 내어주지만, 인간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쉽게 수명을 다하기도 한다.
"누구는 땅 파서 먹고 사는 줄 아나..." 장사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푸념 레퍼토리다. 하지만 땅 파서 조(兆) 단위에 가깝게 돈을 버는 경우가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문제 전세자금대출 원금 다.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은 잘 모른다.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은 비수도권 농촌 지역에 몰려있다.
우리가 정성껏 분리 배출하는 쓰레기, 일명 '생활폐기물'이 대한민국 전체 폐기물 중 약 10% 정도(환경부·한국환경공단 '전국 폐기물발생 및 처리현황')만 차지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종량제·음식물·재활용 쓰레기와 분리배출 재활 stx 용품 등은 '생활폐기물'에 속한다.

나머지 약 90%를 차지하는 '산업폐기물'에는 각종 건설폐기물, 폐석면을 비롯한 유해성 폐기물, 폐유, 슬러지(하수·폐수처리시설 침전물), 소각시설에서 나오는 잔재물, 의료폐기물 등이 포함된다. 사실상 폐기물 문제에 있어서 산업폐기물이 핵심이자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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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봉우리가 아니다. 산업폐기물이 쌓여 거대한 산이 된 모습이다. 사진은 포항시에 있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멀리서 찍은 크레딧뱅크 무료신용조회 것이다. 폐기물을 매립한 땅 위에 풀이 덮여 있어서 마치 산봉우리처럼 보인다.(영업 중인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사유지’라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 농본




내가 버린 생활폐기물에는 이동 거리 제한이 있다. 폐기물의 발생 권역 내에서 처리를 책임지는, '발생지 책임의 원칙'하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각·매립되는 최종 종착지도 내가 사는 권역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반면 산업폐기물은 전국 어디든 간다. 서울과 수도권은 피해서 주로 농촌 지역을 향한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생활폐기물과는 달리 민간업체가 처리한다. 업체의 목적은 딱 한 가지, 영리 추구다.
종량제 봉투를 알뜰하게 쓰기 위해, 죄책감을 덜기 위해, 우리는 쓰레기를 줄이려 늘 신경 쓰지만, 산업폐기물 세계의 계산법은 다르다. 산업폐기물 처리업체에 있어서 쓰레기는 곧 '돈'이다. 처리량과 매출이 비례하는 세계. '저감 노력'이란 그들과 무관한 얘기다. 산업폐기물 배출량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IMF 때 민영화된 후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된 산업폐기물 사업
산업폐기물 문제로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이 의지할 곳은 국가도 지자체도 아니었다. 그들 곁에는 하승수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있었다. 서울 서초구 법원 근처가 아닌, 충남 홍성군 논밭 한가운데 컨테이너에서 출발한 공익법률센터 농본. 누구의 곁에서, 무엇을 지향하는지, 농본이 위치한 곳과 그 이름(農本)이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주민들이 대책위원회 사무실로 쓰던 걸 주셨어요. 농촌엔 '대책위'가 엄청 많아요. 그리고 대책위는 주로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이루어지죠."


충남 홍성군 갈산면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서려던 당시, 주민대책위는 하승수의 도움으로 잘 대응한 덕분에 결국 백지화시킬 수 있었다. 주민들이 대책위 사무실로 썼던 컨테이너를 감사의 뜻으로 기탁한 것이 농본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후 농본과 뜻을 함께하는 청년들이 합류해, 어느덧 사무국 식구는 4명이 되었다. 하승수 대표로부터 산업폐기물 실태에 관해 자세히 듣고자, 비 오는 10월 말 농본을 찾았다.










▲  ‘농본’이 위치한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만난 하승수 대표


ⓒ 정윤영




"우리나라 폐기물 관련 제도나 정책은 체계적으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그때 그때 필요에 의해 손 봤던 거예요. 원래 산업폐기물 관리 일부는 공공의 영역이었는데, IMF 외환위기 시절 민영화 바람이 불던 때, 완전히 영리 업체들이 하는 걸로 정리가 돼버렸죠."


생활폐기물보다 치명적으로 해로운 산업폐기물 처리가 민간업체의 몫으로 넘어가 버린 채, 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산업폐기물은 '황금알 낳는 거위'라 불리며 천문학적인 돈을 낳았다.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중 가장 돈이 되는 '매립장'의 경우, 당기순이익은 무려 50~60%에 달한다. 안정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대기업의 당기순이익이 10% 수준임을 고려하면, 가히 비현실적인 숫자다.
농본이 강연·인터뷰에서 종종 인용하는 충주의 한 매립 업체((주)에코비트그린충주)를 예로 들면, 자본금 20억을 출자한 주주들이 7년 새(2017~2023) 600억 원이 넘는 현금배당금을 챙겼다. 30배가 훌쩍 넘는 배당액 규모다. 이쯤 되면 너도나도 주주가 되려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는 특정 대기업이나 사모펀드 안에서만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는, 그들만의 돈 잔치다. 이들에겐 '땅 파서 먹고 사는' 게 아닌, '땅 파서 먹고 튀는' 게 일상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없는, 상당히 안전한 사업이에요. 리스크는 사회에 있죠. 매립 사업하다가 큰 사고가 나거나 사후관리가 안 되어 업체 측에서 감당이 안 되면, 부도내고 떠나면 그만인 거예요. 사고 수습은 지자체가 국민 세금으로 하는 거고."


이익은 업체가, 피해는 주민이, 책임은 지자체(국민 세금)가. 하승수가 강연과 인터뷰에서 자주 말하는 문구다.

산업폐기물도 안 나오는 우리 동네에 왜 산업폐기물 시설이?
침출수. 폐기물이 썩어 땅속에 고여 있다가 토양과 지하수에 섞여 흘러나오는 오염된 물을 말한다. 어느 날 동네에서 침출수가 발견된다는 건, 매립장 인근 지역 주민으로선 재앙과도 같은 일이다.

"산업폐기물은 매립이 다 완료된 이후가 더 골치 아파요. 침출수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하기 때문에."


매립이 진행되는 기간엔 매출이 발생하지만, 완료된 시점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업체에는 매립 완료 후 '사후관리 30년'이라는 법적 의무가 있지만, 실질적 안전장치가 되지 못한다.


2012년 충북 제천에서 폭설로 매립장 에어돔(침출수 방지를 위해 폐기물 위에 씌우는 지붕)이 붕괴해, 침출수가 유출된 사고가 있었다. 업체는 부도를 내고 떠났고, 지자체가 98억 예산을 들여 10년여에 걸쳐 복구했다. 복구 작업이 끝난 후에도 기준치 670배(2022년 기준)가 넘는 페놀이 검출되었다.










▲  제천 왕암동 산업폐기물 매립장 인근 하천(미당천)이 오염되어 있다. 오염 원인에 대해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 단비뉴스 조벼리 기자




매립장이 땅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동안, 소각장은 지역의 공기를 잠식한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북이면에 1999년 산업폐기물 소각장이 들어선 뒤, 10년 사이 마을 주민 60명이 암으로 숨졌고(그중 폐암이 31명), 호흡기 질환자가 45명 발생했다. 일어나는 순간부터 기침을 달고 지내면서도, 겁이 나서 하루 종일 창문을 못 여는 주민들도 많다. 농촌 지역에 들어선 매립장/소각장으로 인한 오염 및 인명피해를 일일이 지도에 표기하려 들면 빈칸이 부족할 지경이다. 피해 지역은 늘어만 간다.

지도로 정리된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분포 현황'을 보면 유독 밀집된 지역이 보인다. 주로 경북이나 충청권에 몰려있다.










▲  지도로 표현된 전국 산업폐기물 소각 및 매립 처리업체 현황. 시사IN에서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협조를 얻어 전국의 산업폐기물 매립장, 소각장 현황 등을 취합하고 분쟁 지역을 취재해, 지난 10월 3일 자 기사화한 바 있다.


ⓒ 시사IN 제공




"업체들이 돌아다니다가 '여기가 땅값도 싸고 주민들 반대도 적을 것 같네' 싶으면 거기로 정해버리는 거예요. '입지 선정 절차'가 없어요. 주민들 입장에선 정말 이해가 안 되죠. "우리 동네에선 산업폐기물도 안 나오는데, 왜 여기에 산업폐기물 시설을 만들려고 하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간단해요. 그냥 업체가 그곳의 땅을 입지로 찍었으니까."


인구가 적고, 정보에 취약하고, 수도권과 도로 연결이 잘된 곳. 폐기물 처리업체는 주로 이런 지역을 공략한다.


"분명히 반대해야 하는 사업인데, 동네에 노인분들만 계셔서 대응할 분이 없는 경우가 제일 안타깝죠. 농촌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대변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어요."


언제부턴가 '마을에 산단(산업단지)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돈사(돼지우리)가 있던 자리에 산단이 들어온다니, '똥 냄새도 없어지고 일자리도 생기니 마을에 활기가 살아나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일부 주민들은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산단은 주민 반발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적 포장일 뿐, 진짜 목적은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이었다.

산단이 일단 들어선 후에는 대응이 어려워지지만, 다행히 마을 이장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신속히 반대 대책위가 꾸려졌다. 농본이 법률·행정적 부분을 자문해 주었고, 이장단과 주민자치위원들이 총사퇴할 정도로 반대운동이 뜨거워졌다. 그런데도 군수는 산단과 매립장 추진 입장을 고집했고, 반대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반대운동은 자연스럽게 '군수를 바꾸자'는 주민운동으로 이어졌고, 다행히 다음 지방선거에서 '산업단지 전면 재검토'를 약속한 후보가 군수로 당선, 산업단지는 백지화되었다.
이는 충북 괴산군 사리면의 이야기다. 주민들의 지혜로운 대응 덕분에, SK건설과 지역건설업체의 사업추진이 괴산군에서는 좌절되었다.
이 사례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산단 조성을 앞세워 매립장을 만들려는 대기업의 꼼수를 주민들의 힘으로 막아냈고, 이후 마을은 더 단단하고 건강해졌다. 퇴비 공장과 돈사의 악취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고 그 공간을 활용한 귀농 귀촌자 주택, 노인 주간 보호센터 등도 구상 중이다.
법 바뀌기만 기다리지 않는다, 조례 만들어 우리 마을 지킨다
괴산군의 경우와 비교되는, 우회적 꼼수조차 없는 노골적인 사례도 있다. 경남 사천시 곤양면에 들어서려 하는 '대진산업단지'다.

"사천시 광포만이라는 바닷가에 한 업체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었는데, 막상 돈이 안 될 것 같으니 당시 시공사였던 SK에코플랜트에 넘긴 거예요. 산단을 인수한 SK에코플랜트는 단지를 통째로 폐기물 처리시설로 바꾸려 하고 있어요. 현장에 가봤는데, 어떻게 이런 곳에 산업단지를 만들 생각을 했나 싶어요. 거긴 정말 보존 가치가 높은 바닷가거든요. 작년에 '국가생태습지'로 지정된 곳이에요."










▲  (좌)작년에 ‘국가생태습지’로 지정된 사천시 광포만 풍경(사진제공:사천환경운동연합) , (우)사천시 광포만에 조성된 대진산업단지 현장(사진제공:뉴스사천)


ⓒ 사천환경운동연합,뉴스사천




몇 가지 사례만 봐도 법 제도 자체에 문제가 많아 보인다. 환경영향평가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인허가 절차는 어떠한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이명박 정권 때 만든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이 정말 문제가 많은 법이에요. 산업단지라는 게 말하자면 땅값이 싼 농지나 임야를 매입해서 싹 밀고, 공사하고, 분양해서, 일종의 차익을 노리는 사업이에요. 농사 외에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는 '절대 농지'라 해도, 농림부 허가만 받으면 전용이 가능하다니까요. 환경영향평가도 요식절차에 불과하고요. 그리고, 최근 매립장을 하려는 업체들이 '일정 규모 이상 산업단지에는 의무적으로 매립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법조항을 악용하고 있어요."


즉, 주민 반발을 우회하고자 '산업단지'로 포장만 할 뿐, 정작 대부분의 목적은 '산업폐기물 매립장'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폐기물관리법 제1조(목적)


폐기물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발생한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환경보전과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폐기물관리법의 제1조에 명시된, 법의 목적이다. 하지만 법 내용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목적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폐기물관리법'과 '폐촉법(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



"생활폐기물에 적용되는 법과 원칙을 산업폐기물에도 똑같이 적용하면 돼요. 더 유해한 만큼 법이 강화되는 게 맞죠. 생활폐기물처럼 산업폐기물도 공공이 책임지며 처리하고, '발생지 책임의 원칙'도 적용해야 해요. 그리고, 입지 선정위원회, 주민감시권, 주민 지원 기금, 이런 것들이 다 법적으로 제도화되어야만 합니다."










▲  지난 11월 20일 충남 홍성군에서 열린 <충남 지역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조례 제정/개정 토론회> 현장. 하승수 대표가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농본




피해 지역 주민들은 법이 바뀌기만을 기다리진 않는다. 하승수는 '국가 법률 개정과 조례 제정이 투트랙(two track)으로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지 규제, 인허가 심사, 주민 사전 고지 등이 조례로 제정되면 일정한 방어력을 갖출 수 있다. 조례를 통해 제때 방어해 낸 모범사례들도 있다.


"주민들은 다 현명하세요. 시골에서 오래 살면서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마을에 뭐가 필요한지 다 알고 계시죠. 다만, 뭔가를 추진하려고 할 때, 주민들이 가진 '예산'과 '권한'이 없다 보니 한계가 있어요."


1961년 5.16 군사쿠데타를 기점으로 읍·면은 자치권을 빼앗겨, 군(郡)의 하부 행정기관으로 전락했다. 이후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읍·면 주민들은 풀뿌리 주민자치의 명맥이 끊긴 채로 살아왔다.


"농본이 앞으로 하려고 하는 게 '읍·면 자치권 확보' 운동이에요. 농촌은 생활권 자체가 읍·면 중심이니까요. 군(郡)은 너무 넓고 중앙집권적이에요. 저는 한국에서 농촌 지역이 아주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환경운동도 결국 '농촌 지역의 환경 운동'이 핵심이에요."


서울 중심, 기후 위기 시대에 지속 불가능한 구조

지난 8월 말, 국회에서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책임성 확보를 위한 법 개정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농본과 지역별 주민대책위를 비롯해 시민단체, 환경부, 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업계 관계자(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의 발제 자료에는 유독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자성어가 있었다. 침소봉대(針小棒大). 만약 누군가에게 산업폐기물 피해 지역의 문제가 바늘(針)만 해 보인다면, 그가 선 자리는 이윤 중심, 서울 중심의 원근법이 작동하는 세계일 것이다. 하승수는 서울 중심 구조를 단호히 비판한다.

"서울은 무책임한 도시예요. 지역에서 서울로 전기를 보내주고 쓰레기를 받아주는, 이런 구조가 언제까지 가능하겠어요?
기후 위기 시대에 서울 중심 구조는 지속 불가능해요."


기후 위기 시대의 진짜 위기는 '날씨'의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자급력의 문제가 절박해질 시대에, 소수의 농부가 다수의 도시인을 먹여 살리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흙과 농촌을 끊임없이 주변화시켜 왔다.

미국의 지형학자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자신의 저서 <흙(Dirt)>에서 '사람들이 발밑의 흙을 다루는 방식이 문명의 수명을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흙을 고갈시키며 성장해 온 우리가, '성장'이 아닌 다른 지향점을 찾지 않는다면, 서울 중심의 원근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결국 흙이 고갈되기 전에 인간 문명이 먼저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필자 소개] 정소은: 독립기획자로 최근 몇 년간 주로 노동/장애/환경에 관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금은 자신의 쓰임새를 새로이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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