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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비시(B·C)급 전범’이 된 조선인에게 일본은 왜 보상하지 않습니까?”
1일 한겨레와 만난 박래홍 동진회 회장은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2차 대전이 끝난 뒤 조선인이면서도 ‘일본군의 비시급 전범’으로 처벌받은 고 박창호씨의 아들이다. 동진회는 이날 일본 도쿄 중의원에서 열린 ‘동진회 70년 걸어온 길을 듣는 모임을 열어 “일본 군속(군무원)으로 전쟁에 동원됐다가 ‘전쟁 범죄자’ 공공구매종합정보망 가 된 조선 청년들은 사형되거나, 징역을 살았다”며 “일본 정부는 왜 이 문제에 눈을 감느냐”고 호소했다.
그의 부친처럼 ‘조선인 비시급 전쟁범죄자’들이 주홍글씨를 새기고 평생을 살았던 것은 일본의 식민지 강제동원 정책 때문이었다.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일본은 동남아 전선에서 승승장구하며 막대한 연합군 포로를 잡았다. 일본 군 ibk기업은행 적금 부는 일본인 군속들의 손을 덜기 위해 최전방 포로감시원으로 식민지 조선의 청년 3천여명을 동원했다. 전쟁이 끝나자 이들은 포로감시원에서 전쟁범죄자가 됐다. 연합국 군사재판에서 일본군 비시급 전범 5700여명에 이르렀는데 조선인 148명(23명 사형)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조선인 포로감시원만 129명이었다. 비인도적 포로 정책을 만들고, 조선인에게 포로감시 전문가 를 강요한 것은 일본 군부였지만 전쟁 뒤 일본 정부는 이들을 책임지지 않았다.
비극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조국으로부터 이들은 ‘대일 협력자’, ‘전쟁 범죄자’로 비난받았다. 전범 형무소에서 풀려난 뒤에도 고향에 돌아갈 수 없었다. 게다가 일본은 1952년 발효된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 조선인 국적이 회복된 뒤에는 ‘일본 국적이 아니’ 언제든지전화해 라는 이유로 이들을 복지나 원호 대상에서 제외됐다. 먼 이국 땅에서 생활고를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정신병동에서 생을 마감한 경우도 있었다. ‘조선인 전범자’ 일부와 유족 등 70여명은 1955년 ‘동진회’를 결성했다. 마지막 조선인 비시급 전범 피해자였던 이학래 전 동진회 회장은 생전에 낸 책 ‘전범이 된 조선청년’에서 “내 머릿속에는 죽은 동료들, 직장인캐피탈대출 그중에서도 사형수들이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 일본군의 포로 정책의 말단을 맡았다가 ‘일본군 전범’이 되어 죽어간 동료들의 억울함을 다소나마 풀어주는 것은 살아남은 나의 책무”라고 호소했다.
동진회는 일본 정부에 원호와 보상을 요구했지만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배상은 모두 끝났다’는 답만 돌아왔다. 1991년 11월에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전범자’가 된 데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7년에 걸쳐 일본 최고재판소까지 간 재판은 ‘조선인 전범자들을 위한 법이 없다’는 취지로 결국 기각됐다. 최고재판소는 “상고인들이 모두 우리나라(일본)의 통치 아래 있던 조선 출신자이며 반강제로 포로 감시원으로 모집돼 유·무기형 및 극형을 당하는 등 심각하고 막대한 희생 또는 손해를 입었다”면서도 “이 문제가 입법부 재량적 판단에 맡겨진 것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제 1야당 입헌민주당이 2008년과 2016년 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본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2021년)와 이시바 시게루 총리(2024년), 한국 윤석열 대통령(2022년)에게 각각 탄원서를 넣어봤지만 응답이 없었다. 2021년 한국 헌법재판소는 이들이 “정부가 한국인 전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부작위 위헌 확인소송에서 재판관 5(각하)대 4(위헌)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이즈미 겐타 전 입헌민주당 대표는 이날 행사에 참석해 “국가(일본)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 전범이 된 이들에게 보상하고 사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이 전 회장이 유명을 달리하면서 동진회에는 피해 당사자들이 한명도 남지 않게 됐다. 이날 결성 70주년을 맞은 동진회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을 제정해 당사자와 유족을 구제하고 ‘일본이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뒤늦게나마 씻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도쿄/글·사진 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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