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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물질. 기묘하다면 기묘한 이 조합이 나희덕 시인의 열번째 시집 제목이다. 시집을 이루는 4개 부 가운데 3개의 제목에 ‘밤과 풀’, ‘피와 석유’, ‘산호와 버섯’처럼 접속 조사 과 또는 와가 들어 있다. 서로 다르거나 떨어져 있는 것들을 이어주는 이 조사의 역할에서 시집의 주제 하나를 잡아낼 수 있겠다. “나는 얽혀 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거미불가사리’)라는 선언에서 보이는 연결의 세계관이 그것이다.
시와 연결되는 것이 하필이면 물질이라는 사실에도 주목해 보자. 시집을 여는 첫 시 ‘세포들’에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와 그의 전 남편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등장하는 것 신한은행 대출 을 비롯해 시집에는 과학과 과학자들에 관한 언급이 차고 넘친다. 표제작에서 화학자이자 시인이었던 로알드 호프만은 “심지어 시도 사람을 해칠 수 있어요”라는 발언으로 시인을 도발한다. “폭발물도 독극물도 되지 못하는”(‘시와 물질’) 시를 왜 쓰고 읽는가. 이것은 질문인 동시에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답을 찾기 위해 계속 질문 할부회선 정리 을 던지는 것이 그에게는 시 쓰기인 까닭이다.
시인은 “각주처럼 사족처럼 돋아나는 풀”(‘밤과 풀’)의 생명력에 감탄하다가도, “여섯번째 멸종의 취약한 목격자들”(‘여섯번째 멸종’)로서 생태 위기를 증언하고 반성하는가 하면, “자본주의의 소스가 되어버린 노동자의 죽음”(‘샌드위치’)을 애도하기도 한다. 그것이 “살아 숨쉬는 물질로서”(‘시 단독주택 가격 인의말’)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에.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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