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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1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세계 3대 핵보유국들인 농협대학커트라인 러시아·미국·중국(핵무기 보유량 순)을 가리킨다. 트럼프는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확실히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하면서 그와의 관계를 재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취임날인 1월 20일에 한 발언을 반복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한반도 비핵화”나 “북한의 비핵화” 정도가 담보대출비율 아니라 세계의 비핵화나 핵군축을 염두에 두면서 북핵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가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부를 법한 일이다. 1990년대 초반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미국의 전통적인 접근은 자국의 핵무기 정책이나 전략에는 손을 대지 않고 조선의 핵과 탄도미사일 포기만 요구한 것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김정 심리적성 은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세계의 비핵화나 핵군축에 함께 나서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트럼프가 대선 유세 기간을 포함해 지금까지 ‘비핵화’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은 딱 한번 있었다. 그런데 “북한의 비핵화”나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었다. 그는 지난 1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된 세계 토지이용계획확인원 경제포럼(WEF)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비핵화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데, 나는 그것이 매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미·러·중 등 강대국들이 핵군축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로 나온 발언인 것이다. 그리고 3월 13일 발언은 미·러·중이 먼저 솔선수범을 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조선을 포함한 다른 핵보유국들도 세계의 비핵 오피스텔전세대출 화나 핵군축에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또 그는 이란의 최고지도자에게 친서를 보내 핵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트럼프의 여러 발언은 즉흥적으로 나온 발언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이러한 발제가 담고 있는 함의는 무엇일까? 급변하는 미국의 세계 전략과 트럼프 개인의 욕망이 맞물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보면서 미·중·러 중심의 다극 질서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미국의 이익, 특히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안보의 경제성’은 열쇠 말에 해당한다. 미국 자체적인 국방예산 감축과 동맹·우방을 상대로 한 방위비 대폭 인상 요구는 그 일부분이다. 더 큰 야심은 세계 3대 핵보유국이자 군비 지출 국가인 미·중·러가 핵군축과 대규모의 군사비 삭감을 단행하는 데에 있다. 이를 통해 ‘군비경쟁형 세력균형’이 아니라 ‘군축형 세력균형’을 도모하고 미국의 군비 부담을 크게 줄여보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이다.
또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강한 질투심과 경쟁심을 갖고 있다. 세계 핵군축에 관한 트럼프의 발언도 이와 맞닿아 있다. 오바마는 취임 첫해인 2009년에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해 노벨평화상을 ‘선불’로 받았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오바마의 성적은 초라했을 뿐만 아니라 임기 후반에는 1조 달러에 달하는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승인해 빈축을 산 바 있다. 트럼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바마도 노벨상을 받았는데 왜 나는 못 받느냐’는 취지에 발언을 해왔다. 아마도 그의 마음속에 ‘내가 세계 핵군축에 이정표를 세워도 안 줄 테냐’는 야심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보는 이유이다.
트럼프는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오바마와의 차별성을 부각해왔다. 오바마가 “전략적 인내”에 갇혀 김정은과 만나지도 전화통화도 못했고, 그 결과 북핵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도 2017년 1월에 백악관 열쇠를 트럼프에게 넘겨주면서 “미국 국가안보의 최대 난제는 북핵 문제”라고 얘기해줬을 정도다. 이에 반해 트럼프는 김정은과 세 차례나 만났고 “러브레터”도 교환했다고 자랑해왔다. 그리고 김정은과의 친분을 거듭 과시하면서 다시 만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핵보유국’으로 불러줄 테니 세계 핵군축에 동참해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렇듯 트럼프의 비핵화 노선은 과거와는 차원을 달리 한다. 이는 한국과 조선 모두에게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한국은 여전히 미국의 확장억제를 비롯한 한미동맹 강화에 매달리고 있지만, 이는 트럼프의 군축 노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국이 관성에 머무르면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과 같은 트럼프의 청구서에 시달리게 된다는 뜻이다. 또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자체 핵무장이나 핵 잠재력 확보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트럼프의 핵군축 야심에 막혀 말도 꺼내기 힘들어질 것이다.
김정은을 상대로 한 트럼프의 “최대의 압박”도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 1기 트럼프 초기에는 경제제재와 무력시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기 트럼프는 ‘친분을 통한 최대의 압박’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발제에는 김정은과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세계의 비핵화’는 조선의 오래된 화법이다. 또 김정은은 “전략 국가”를 강조해왔는데, 트럼프가 자신을 핵보유국 지도자로 인정하면서 세계의 전략 문제, 특히 핵군축 문제를 논의하자고 하면 조선의 전략적 지위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간주할 수도 있다. 아울러 2월 18일 외무성 담화에서 “북한 비핵화”가 불가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적대적 위협이 존재하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바이든 행정부 때에는 여지조차도 두지 않았다가 트럼프가 돌아오자 조건을 환기시킨 셈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국은 김정은의 ‘비핵화 불가’가 고수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세계 비핵화론’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만나고 있다. 이 둘을 아우를 수 있는 창의적인 해법은 없을까? 나는 한반도나 동북아 비핵무기지대(비핵지대)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조선은 비핵화가 “실천적으로나 개념적으로마저도 이제는 더더욱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인데, 비핵지대는 실천적·개념적으로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또 핵전쟁의 위험이 큰 한반도나 동북아를 비핵지대화하는 것은 트럼프의 핵군축 노선에 어울리는 의제가 될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졸저 <달라진 김정은, 돌아온 트럼프> 참조>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 소장 겸 평화네트워크 대표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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