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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중엔 이순신도 있었다. 선조는 끝까지 이순신을 외면했다. 하지만 후손은 이순신을 외면하지 않았다. 역사란 그런 거다.# 현직 대통령 체포, 구속, 구속기소…. 헌정 사상 초유의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피고인'으로 전락한 대통령은 "야권의 폭거를 국민에게 알리고,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어떤 역사학자는 이런 그를 '이순신'과 비교했다. 과연 후대는 그를 어떻게 평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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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눈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둬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순신이 순절하고 9개월이 흐른 1599년 8월, 충청감사 김륵은 조정에 이런 내용의 장계를 올렸다. "임진왜란의 일등 공신인 이순신의 곧은 충성과 의열은 우주에 빛 프로그램순매수 나건만 그 처자식은 거친 논밭에서 노비들도 없어 관청의 노역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고, 상막喪幕에 제사음식도 이어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보고 들은 바 측은함을 금할 수 없으니 집집마다 부과하던 여러 가지 부역이라도 면제해주도록 하소서."
조정이 "또다시 침탈하지 못하도록 적을 한명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며 노량해전에 나섰던 이순신의 사후 관 대학생 국가장학금 리를 지나치게 소홀하게 했다는 게 김륵의 호소였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순신의 사후 평가와 공신 책봉 논의는 전쟁이 끝난 지 1년 4개월 만인 1601년 3월부터 이뤄졌다. 여기서 3년 7개월이 더 흐른 1604년 10월에야 책봉작업이 끝났다. 왜 그랬을까. 공신책봉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의주까지 도망친 선조를 호종한 신하들은 야근수당 비과세 전란 극복에 공을 세웠다는 명분으로 호성공신으로 선정됐다.
죽을힘을 다해 싸워 전공을 세운 장수들은 선무공신으로 책봉됐다. 이때 이순신은 권율, 원균과 함께 선무 1등 공신으로 책봉됐다. 그런데 호종공신에는 86명이 선정된 반면, 선무공신은 18명에 그쳤다. 전쟁터에서 싸운 장수들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는 선조의 의중이 반영된 때문이다.
대출금리비교 선조는 '무신들은 거의가 무능력했고, 오히려 명나라의 참전을 이끌어낸 자신의 공이 가장 컸다'며 무신들의 공로를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당초 2등 공신대상자였던 원균을 이순신과 동등한 일등 공신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순신과 원균의 공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왜곡된 시선을 백성과 신하들에게 심어놓으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명나라로 도피하려고 했던 자신을 향한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었다. 역사적 평가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을 놓쳐버린 것이다. 선조는 이순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순신의 장례를 치를 때에도 그랬다.
조정의 일부 관료들은 장례 절차가 예상외로 늦어지자 선조에게 서두르자고 건의한 적이 있었다. 이때 선조는 "명나라 수군 부총관 등자룡의 장례를 먼저 치러주는 것이 명나라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순신은 선조가 외면했지만, 후대 왕은 그렇지 않았다.[사진｜뉴시
선조의 이런 태도는 조선의 지도층이 전쟁을 도와준 명나라를 더욱 숭상하고 의존하려는 명분을 강화했다. 왜적과의 전쟁 기간 명나라 군사들의 횡포에 시달렸던 백성들의 감성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명나라가 나라를 구해준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는 사대부들의 명분론과 선조의 이순신 폄훼 작업은 백성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후일에 겪게 되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시절에 왜란 때와는 달리 의병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순신의 업적을 제대로 평가하는 작업은 선조 이후의 왕들이 진행했다. 인조는 병자호란 직후인 1643년, 이순신에게 '충무忠武'라는 시호를 내렸다. '충무공 이순신'의 시작이었다. '북벌론'을 기치로 내걸었던 효종 때에는 「선조수정실록」을 통해 이순신을 '임진왜란의 최고 전공자'로 평가했다. 이순신보단 원균을 두둔하는 내용이 더 많은 「선조실록」을 수정한 결과였다.
효종이 이순신을 바라보는 심정은 이러했다. "이순신의 비문을 봤다. 죽을힘을 다하여 싸우다가 순절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 하늘이 조선을 중흥시키기 위해 이런 훌륭한 장수를 탄생시켰도다. 원균의 패배가 있었으나 그 뒤 이순신이 대적을 격파하였으니, 참으로 쉽게 얻을 수 없는 인재로다."
숙종 또한 이순신을 존경했다. 조명 연합수군이 주둔했던 고금도의 관양묘에 진린과 이순신을 위한 사우를 건립하고 1년에 2번씩 제사를 지냈다. 아산의 현충사(1706년)도 이때 건립됐다.
정조는 이순신을 각별히 존경했다. 이순신을 의정부 영의정에 증직하고 후손들을 중용했다. 또 자신이 직접 지은 신도비를 이순신의 묘소에 건립한(1594년) 정조는 자신의 일기에 이런 글도 남겼다.
"이순신의 경우는 참으로 천고 이래의 충신이요 명장이다. 그가 만약 중국에서 태어났더라면 한나라의 제갈공명과 자웅을 겨룬다 하더라도 과연 누가 우세할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명성과 의열은 아직도 사람들에게 흠모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한다."
정조의 판단과 맞아떨어지는 잘 알려진 일화도 있다. 정유재란 때 자신의 아들 진구경과 함께 참전한 명나라 수군 제독 진린은 진심으로 이순신을 존중했다. 명나라로 돌아간 진린은 반란군 진압에 힘쓰다 1607년 세상을 떴고, 아들 진구경은 청나라와 국운을 건 싸움터에 나가 전사했다.
그러자 진린의 손자인 진영소는 청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 없다며 식솔을 대거 이끌고 이순신과 진린이 교감을 나눴던 고금도로 이주했다. 이렇게 조선으로 귀화한 진영소의 후손들은 진린을 시조로 모시는 광동 진씨로 해남에 정착했다.
정조는 이순신을 '유학에 정통하고 행동이 바른 선비'를 지칭하는 '유현儒賢'으로 격상하고 문집인 '이충무공전서' 편찬을 주도했다. 이때 문신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반대했다. 당시 문집은 문신들의 전유물이었던 터라 무신이 문집을 내는 경우가 없었고, 더군다나 유현을 하사한다는 것은 문신의 자격을 준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조는 신하들의 반대를 일축하고 규장각을 동원해 1795년 이순신의 문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정조 이후에는 그의 발자취를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하려는 움직임은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일본은 조선의 국권을 침탈하기 위해 꾸준히 군사력을 키웠다. 그 결과 조선은 36년간 이민족의 지배를 받아야 했다. <다음호에 계속>
이남석 더스쿠프 발행인cv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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