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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내륙에서 발원해 지중해와 만나는 론강 양안에는 음식점과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시간이 된다면 분위기 있는 카페에 들러 이국의 정취와 함께 한가롭게 사색하며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낭만적일 것이다. 강을 오가는 배는 대부분 보트 형태의 소형 배로 고기 잡는 어선도 있지만, 관광객을 실어 나르기 위한 배가 많았다.
특이한 점은 강 양안을 이어주는 다리가 거의 없다는 것.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배를 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여러 군데 다리가 있어 차량이나 사람이 건널 수 있도록 편리를 도모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 대출직거래장터 부분 하천에는 다리 구경하기가 힘들다. 하천을 통해 화물을 운송하는 배가 다니게 쉽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프랑스는 다리를 만드는 데 매우 인색했다.
오죽하면 내륙에서 하천을 건너는 다리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지중해와 만나는 하류까지 왔다. 그런데 거기에도 다리가 없어 결국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옛 연안 상선을 연상시키는 작은 목선 한국주택금융공사u보금자리론 을 타고 강을 건너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 있었다. 배 위에 오르자 선장으로 짐작되는 사람이 자전거와 나를 번갈아 보면서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론강은 강을 건너는 다리를 만나기가 무척 어려운데, 배가 지나는 물길로 이용되고 있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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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강과 만나는 곳에 있는 셍루이듀혼느는 작은 도시로, 지중해의 낭만과 소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성과 풍광이 있는 곳이었다. 강 주변은 비교적 깨끗하고 잘 보존되어 있었다. 가끔 바다와 하늘을 번갈아 보면서 자전거 여행자가 느끼는 자유와 색다른 감정에 빠지기도 했다. 이런 기회를 앞으로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얼마나 자주 가 목적물 지게 될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낯선 곳도 1~2시간만 머물다 보면 어느새 친근해진다. 그러나 하루를 묵으면 또 떠나고 싶어진다. 자전거 여행자의 감성이고 본능이다. 지중해 여행이 딱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풍경이고 사람들이었다. 해안과 산과 구릉, 평원을 들락날락하면서 다양한 풍광과 분위기를 맛볼 수 있었다. 어떤 지역은 마치 러시아의 시 저금리전환대출 베리아 스텝을 연상할 정도로 칙칙하고 우울한 분위기였지만, 거길 빠져나가면 갑자기 앞이 환해지면서 지중해 바다와 맞닥트리기도 했다.
한번은 바로 앞에 해변이 있고 그 안쪽 도로변에 화장실 겸 샤워 시설이 있는 건물 데크에서 야영을 했다. 처음에는 이런 공공시설 한쪽 데크에 텐트를 쳐도 될지 불안했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데크에서 하루를 묵을 수 있느냐고 묻자 그들은 내 자전거와 그 위에 실린 짐을 보고 단번에 자전거 여행자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는 아무 상관없으니 야영을 해도 괜찮다고 했다. 덕분에 편안한 곳에서 샤워까지 하면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강을 건너는 다리를 찾아 지중해를 만나는 곳까지 왔지만, 결국 다리가 없어 돈을 내고 배를 타고 건너야 했다.
작은 도시와 마을을 지나 해안을 따라가는 길은 다시 내륙으로 이어졌다. 좀 멀고 지루하지만 나름 마을과 마을을 들르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한 마을에 이르자 지금까지 보던 난전과는 다르게 훨씬 규모가 큰 난전이 형성되어 상인들 사이로 마을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난전 뒤로는 벽돌을 쌓아 정교하게 지은 고풍스러운 성당이 있고 그 앞에는 다양한 물건을 가져와 진열한 상인들이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인파 사이를 지나다니면서 사람들의 패션, 인상, 그리고 파는 물건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콜라가 힘이 되는 몽펠리에 가는 길
마르세이유 못지않게 큰 도시인 몽펠리에로 가는 길은 절대 쉬운 길이 아니었다. 대부분 높은 구릉과 야트막한 산을 따라갔다. 구름 한 점 없는 창공에서는 불같은 빛을 쏟아 붓고, 가열된 건조한 공기가 계속 물과 콜라를 요구했다. 바닷가 쪽으로 가라앉은 완만한 구릉에는 널따란 포도밭이 있고 그 밑으로는 올리브밭과 소나무 숲이 이어졌다. 일조량이 많고 비가 적은 지역에서 자라는 포도이기에 당도가 유난히 높다.
프랑스 지중해의 큰 도시인 몽펠리에를 지나자 오르막과 내리막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해안은 단조로우면서도 작은 마을과 절벽, 그리고 해변의 백사장을 채운 피서객들과 깊고 짙은 청색과 하늘색 지중해가 마치 완성도 높은 회화처럼 잘 어울렸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고개 정상. 각종 기념물이 있으며 지중해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지중해를 자전거로 여행할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대단한 유적이나 기가 막힌 절경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단조롭고 간결한 풍경과 담백한 해안선, 그리고 해안과 내륙에 퍼져 있는 시골의 소박한 모습을 기대한다면 대만족이다. 페르피냥으로 가는 길은 이런 패턴의 연속이었다.
아름답고 작은 항구마을 벙드흐로 가는 길은 산 중턱과 구릉의 비탈, 그리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조화롭게 반복되는 길이었다. 완만한 구릉을 따라 평화롭게 앉아 있는 작은 마을, 그리고 마을 앞뒤로 펼쳐진 포도밭은 계속 자전거를 멈추게 했다.
특별히 밭에서 일하는 농부를 만날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길에서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평화롭고 한가한 지중해 마을 풍경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전원을 노래하는 음유시 한 편 정도는 부를 수 있었다.
프랑스 시골 마을의 큰 난전. 마치 시골 잔칫날이나 축제 같은 분위기다.
프랑스와 스페인을 가르는 고개
페르피냥은 스페인으로 넘어가기 전 프랑스의 가장 큰 도시였다. 해변에 설치된 소박한 조형물은 바다와 어울리면서도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과하게 붙잡지 않는 평범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다. 바다로부터 들려오는 바람과 파도가 부르는 노래, 해변과 평지를 따라 고만고만한 높이로 지어진 건물은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했다. 파스텔 톤으로 칠한 건물 외벽의 미적 감각은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이곳 지형과 기후와 거주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었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은 프랑스의 작은 항구 세르베레에서 스페인의 포르트보우를 연결하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타야 한다. 고개 정상에 오르자 사방이 탁 트여 마치 지중해가 품 안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왼쪽 바다 끝 하늘에 뜬 엷은 구름은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활처럼 휜 수평선으로 하늘과 바다, 그리고 육지의 간격을 가늠해 보기도 했다. 태양 빛을 반영한 바다가 내뿜는 푸른빛으로 하늘과 바다는 마치 하나로 합쳐진 느낌이었다.
화장실이 있는 데크에서 야영했다. 대부분 야영했으며, 식사도 직접 간편식을 조리해 먹거나 간단한 행동식으로 때웠다.
정상에는 국경임을 표시하는 표지석과 기념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으며, 이곳에 역사적 기록이 있는 곳임을 알려 주는 것들이었으나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과거 프랑스와 스페인이 지중해와 맞닿는 이곳에 국경을 설정할 때 중요한 사건과 기록들이 숨어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깃털 같은 구름이 막 하늘에서 내려와 지중해로 떨어지려는 듯 창공에 걸쳐 있었다. 이탈리아, 프랑스를 거쳐 해안을 따라 연결된 철로는 이후 스페인으로도 계속 이어졌다.
만약 스페인에서 출발해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까지 지중해 전 구간을 배낭여행 하고 싶다면 철도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스페인의 첫 번째 마을인 포르트보우까지는 계속 내리막이었다. 앞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경을 넘을 때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들어설 때도 풍경, 환경, 사람들, 그리고 도시 건물의 컬러와 분위기까지 모두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에 선 필자.
스페인 포르트보우에서 다음 목표지는 꽤 큰 도시인 지로나Girona였다. 지중해와는 다소 멀리 떨어진 국도를 따라가는 길이었다. 이곳은 스페인 카탈루냐 북동부 지역으로 마드리드나 스페인의 북쪽, 또는 서쪽을 여행했을 때 봤던 사람들과는 생김새나 체형이 약간 달라 보였다.
과거 독립 의지가 강했던 지역으로 건물 창이나 깃대에는 스페인 국기보다는 카탈루냐 주기州旗를 걸어놓은 곳이 많았다. 한번은 마을 입구에서 쉬고 있는데 한 가족이 탄 차가 우리를 보고 멈춰 세웠다. 차에서 내린 여인은 우리나라의 전 비슷한 밀가루 음식과 캔에 담긴 소스를 주면서 우리에게 국적을 물어보기도 했다.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은 자제하다가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니 그들은 지체하지 않고 "여기는 카탈루냐"라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스페인 국경과 인접한 프랑스의 마을.
지로나는 바르셀로나와 더불어 과거 카탈루냐 지역의 번영을 기록한 유서 깊은 도시였다. 도시 곳곳에 옛날 흔적과 유적이 남아 있고, 도시 외곽에는 기름진 농토와 강이 있어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는 최적이었다. 특히 지로나 성당과 구시가지는 오히려 바르셀로나보다 그윽하고 예스러운 향기가 묻어 있었다. 건물 창문마다 카탈루냐 주기가 걸려 있고, 광장과 좁은 옛 골목을 가득 채운 오래된 건물들은 과거 지로나의 번성을 증거하고 보여 줬다.
스페인의 지중해 해변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이탈리아·프랑스와는 다른 스페인 해변
스페인 지중해 해변은 여러 면에서 이탈리아나 프랑스와 분위기가 달랐다. 특히 프랑스는 해변마다 안전요원, 샤워시설, 그리고 주차와 경찰의 순찰까지 모든 게 완벽에 가까울 정도였다. 해가 뜨기 전 모래사장을 정비하는 차량이 돌면서 해변 모래사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우고 모래를 판판하게 골라 사람들이 편안하게 해변을 이용할 수 있게 배려했다.
그라피티를 처음 접해 본 건 아마 유럽, 특히 크로아티아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중이었을 것이다. 역사와 공공건물, 그리고 공장 벽면에 이르기까지 외관이 좀 허름하거나 오래된 건물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벽면에 그라피티가 꽉 차 있었다. 바르셀로나 외곽의 허름한 건물이나 철거 직전의 빈 건물 벽에서도 이런 그라피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파밀리아 사그라다 성당.
그라피티 자체는 불법이고 범죄라고 한다. 그러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하고, 또한 인간의 욕구에 반하는 법이나 규칙에 항거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 상태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그라피티 벽화 내에는 그림 자체보다는 보는 사람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더 강한 것 같았다. 과연 저 벽에 그려진 그라피티는 어떤 강렬한 문장을 담고 있는 것일까.
스페인의 지중해 해변에서의 야영. 지중해는 공통적으로 자전거 여행자에게 너그러워서 야영이 어렵지 않았다.
파밀리아 사그라다는 바르셀로나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유명세와 명성이 있는 성당 건물일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이 역사적이고도 기억할 만한 장소에 도착하자 먼저 성당 주변을 꽉 채운 관광객들과 만났는데 나에게는 오히려 그들이 볼거리였다. 물론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안내 경찰관은 자전거를 끌고 어쩔 줄 몰라 두리번거리는 내게 친절하게도 한쪽을 가리키며 그쪽으로 자전거를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타는 건 금지다.
스페인 지로나. 바르셀로나와 더불어 카탈루냐의 큰 도시로 꼽힌다.
구원을 받으려는 사람과 구원을 베푸시는 자비로운 신이 만나는 대표적인 약속장소가 성당이 아닐까? 물론 그 약속 시각과 장소는 인간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사람의 욕망과 이기심과 다양한 감정의 표출로 버무려진 신앙의 또 다른 표현인 사원, 성당이야말로 가장 간접적으로 인간의 유약한 일면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오래된 그림이나 벽화, 아니면 현대적 감각보다는 예스러운 감각으로 민화처럼 그린 벽화나 그림을 보면 많은 호기심을 불러왔다. 저 그림은 누가 그렸으며 이 그림에 나오는 장면들은 무슨 상황을 그린 것일까.
지로나 골목의 어느 상점.
여기 나와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가운데 구름을 탄 분은 성자일 가능성이 큰데 과연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 중일까. 작은 성당, 또는 조금 오래된 건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큰 감동보다는 여행자에게 잊히지 않는 기억을 심어 주는 것들을 만나게 된다.
마침내 25일이 넘는 여행을 끝냈다. 계절적으로 지중해 여행은 봄이나 가을을 권하고 싶다. 부득이 해야 한다면 여름보다는 차라리 겨울이 좋겠다.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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