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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 이후 여당은 MBC 사장 등을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했다. ⓒMBC 갈무리 우리 헌법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그것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비상 상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 한정한다. 게다가 법률은 이번에 내려진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으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더욱 좁게 정의하고 있다. 나름 법률가인 윤석열은 필경 헌법의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와 “공공의 안녕질서”라는 어구에 주목했을 것이고, 계엄법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이라는 표현에 눈을 맞췄을 테다. 윤석열 집단이 줄곧 해왔던 일인데 이런 법문은 검찰권에 이어 대통령 권한이라는 막강한 행정 권력을 지닌 자신들이 일단 힘으로 밀어붙이면 결국 뚫릴 수밖에 없는 구멍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제 딴에는 법률적 요건을 갖춘다고, 국회라는 반국가 세력이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켰다는 주장을 계엄령 선포 담화에 더했다. 그러나 결국 그가 어처구니없는 내란을 기도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선배 검찰이 남긴 자랑스러운 문구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를 받들고, 쿠데타 여부에 주목한 게 아니라 ‘성공한’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번에 다시금 인구에 회자된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이 날린 대사 “실패하면 반역이고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를 현실에 구현하고자 했던 셈이니, 참으로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닌가. 윤석열과 그를 뒷받침했던 인적 집단의 시대착오적 광기가 비단 이번 사건에만 한정된 것일까? 이 시대 우리 수준의 국가 공동체에서는 발생할 수 없고 발생해서도 안 되는,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으로서 계엄 선포가 단순히 윤석열이라는 한 개인의 비정상적 기질과 충동에 의한 것이었을까? 만에 하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사람을 비상계엄 선포와 실행이 가능한 자리에 앉히고 그걸 유지하도록 방치한 자들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윤석열과 그의 세력은 이미 여러 차례 이런 광기를 보이고 단행한 바 있다. 언론 관련 문제로 제한할 경우, 이른바 “바이든 vs 날리면” 사태가 그 여러 차례 가운데 하나다. 전 국민이 들었던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둔갑시키자, ‘바이든’으로 듣고 보도했던 언론 다수가 침묵했고,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라며 옹호하는 자들이 늘어났으며, 특정 언론사가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됐다.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건 이런 사전 징후들이 인지되어 제때 저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손에 권한이 있고 그 권한이 군대를 동원할 수 있게 해준다는데 그것이 가능한 조건을 만드는 게 윤석열에게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그 정도로까지 미치광이인 줄은 몰랐다고 말하지 말라. 그 미치광이의 미친 짓을 방치하고 조장해온 건 바로 한국의 언론, 당신들이다. 모든 종류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금한다? 윤석열의 광기가 어느 수준까지 불행한 과거로 퇴행해 있는지는, 특히 언론 관련하여, 계엄사 포고문 제1호를 통해 뚜렷이 확인된다. 이번 포고문에서 언론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은 제3조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에 등장한다. 쿠데타와 군사독재의 주역들이 만들어놓은 포고문을 준용했음이 명백해 보이는 이 내용은 그런데 기존 포고문과도 조금 다르다. 기존 포고령은 거의 예외 없이 제1조를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하고, 제2조를 언론 및 출판의 자유 제한으로 했다. 1960년 5·16 군사쿠데타만 예외인데, 제2조를 국외여행 금지 조치로 한 것이라 그 이후의 사회발전과 대한민국의 국제적 관계를 고려하면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한 명령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번 포고문만 제2조가 아닌 제3조로 언론자유 제한을 설정한 걸까? 이번 포고문의 제2조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란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정의라고 볼 수 없어서, 우리 헌법에서 통일정책에 관련하여 유일하게 등장하는 표현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가리키는 것으로 애써 해석해준다 하더라도) 계엄사 포고문이 아니더라도 이미 헌법과 법률에 따라 불허되는 내란적 행위이며, 거창한 동어반복이자 결과적으로는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역설적 자기부정에 불과하다. 결국 이 내란 행위자들이 목표로 삼은 것은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이란 뜻이다. 계엄군이 체포 대상자로 설정한 인물 가운데 방송인 김어준이 있었다는 사실로 볼 때, 이 망령되다 못해 부실하기까지 한 계엄령과 포고문은 적어도 이 측면에서만은 앞뒤가 딱딱 들어맞는다. 그런데 위 표에서 확인되듯, ‘기존 쿠데타 세력’의 포고령에서 그나마 이와 유사한 내용은 모두 언론자유 제한 조항보다 후순위 혹은 하위 조항으로서만 등장한다. 과거에는 일단 언론기관을 사전검열하는 선에서 기본권을 억압하고 일반인의 행위는 ‘유언비어’에 한하여 금지했다고 한다면, 이번 포고문은 언론과 출판으로 대표되는 ‘기성 미디어’ 행위보다 보통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벌이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 일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문장 구성이 매우 난삽하여, 이게 내란적 허위 정보의 유포를 금지하겠다는 건지, 모든 종류의 허위 표현(의 유포는 물론 생성까지)을 금하겠다는 건지도 불분명하다. 지금의 미디어 환경으로 보면 사실상 국민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금하는 조치로까지도 확장될 수 있는데, 이게 온당함을 넘어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이나 한 걸까? 자의적이고 선별적으로 처벌하겠다는 말 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 게다가 이번 계엄령 포고문의 제3조로 밀린 언론통제 조항은 모호할뿐더러 그래서 더 위험하기까지 하다. 현행 헌법이 사전검열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서 과거와는 달리 ‘사전검열’ 대신 ‘통제’라는 단어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좁고 명확하게 정의된 ‘사전검열’보다 거침없이 폭넓기만 한 ‘통제’가 훨씬 더 위헌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12월4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를 계엄군이 찾았다. ⓒ유튜브 갈무리 일단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라는 건 사전검열 이상의 제반 행위가 ‘모든’ 언론과 출판을 대상으로 가능하다는 소리다. 거꾸로 지금의 언론사 수와 출판 관련 행위자 수를 고려하면 이들 전부를 통제할 수 없기에, 특정 언론사나 마음에 들지 않는 출판사를 자의적으로 처벌할 수 있고 ‘통제’라는 의미 범위 안에서 상상 가능한 모든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헌법은 비상계엄 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언론자유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해놓았고, 계엄법 제9조 제1항은 이 ‘특별한 조치’를 “군사상 필요”로 한정한다. 기존의 계엄 관련 포고문과 그에 따라 단행된 조치 및 처벌 사례는 나중의 법원 판결에 따라 ‘원인 무효’로 확정되었다. “군사상 필요”가 아니었기 때문이지만, 애초에 해당 계엄령과 그에 의거한 포고문 자체가 위헌·위법적 행위로 판단된 까닭이기도 했다. 대체 윤석열과 그의 내란 행위를 보조한 세력은 기존 역사와 판례로부터 뭘 배운 걸까? 목적이 무엇이었건 위헌·위법 가능성을 최대한 피한 계엄령과 포고문을 만들고 행위에 돌입한 게 아니라, 일단 목적을 달성한 다음 그 힘으로 새로운 역사와 판례를 쓰겠다는 생각이었던 걸까? 그랬다면 그들은 우리 근현대사에 등장했던 그 어떤 독재자보다도 더 미치광이이며, 우리가 짐작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퇴행적인 집단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이 정부의 국무위원과 공무원은 이 미치광이 집단과 함께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국회가 사실상 반국가 단체로 지명되어 공격 대상이 될 때까지 ‘하나하나가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은 무얼 했고 또 무얼 하고 있나? 평소 ‘제4부’를 입버릇처럼 물고 사는 언론들은 무슨 짓을 한 것이고 지금도 어떤 일을 벌이고 있나? 이 글이 독자들에게 읽힐 시점에는 그나마 달라져 있기를 바라마지 않지만, 설혹 그렇다고 해도 무장한 내란 행위자들에게 맨몸으로 맞섰던 시민들은 말할 것이다. “우리는 너희가 지난여름에 그리고 가을, 봄, 겨울에 한 일들을 알고 있다”라고. ※12·3 쿠데타 제보 받습니다. 〈시사IN〉은 12·3 쿠데타 취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12·3 쿠데타와 관련한 대통령실 또는 군의 움직임을 알거나 목격한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123@sisain.co.kr 메일로 해주세요. 이 메일은 해외 서버를 사용합니다.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제2의 12·3 쿠데타를 막기 위해서라도 〈시사IN〉은 전모를 끝까지 취재하겠습니다. 〈시사IN〉은 기록의 힘을 믿습니다. 정준희(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 edito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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