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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본토와 한일을 동시에 겨냥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한·미·일 안보 협력의 도화선에 불을 댕겼다.단호한 대북 스탠스와 한일 관계 개선에 무게를 싣는 윤석열정부 출범도 이 같은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대외 강경 노선을 밝히고, 한·미·일이 3국 공조 확대로 응수하면서 한반도 '강대강' 대치 구도가 더 짙어지는 분위기다.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11일 현지에서 한·미·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열었다. 한·미·일 국방 수장이 대면 회담을 한 것은 2년7개월 만이다. 세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본격적인 3국 안보 협력으로 나아가는 문을 열었다.이날 이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에서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과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을 공개·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에 비공개로 진행 중인 3국 간 연합훈련을 공개적으로 실시해 대북 경고음을 내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들 훈련이 한·미·일이 함께하지만 3국 병력과 무기가 직접 모이지 않아 정치적 부담이 덜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현재도 한·미·일은 통상 3개월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사일 경보훈련을 하고 있다. 이 훈련은 문재인정부 당시에는 비공개로 진행됐고, 때로는 간격이 불규칙했다. 세 나라는 이 시기에 환태평양훈련(림팩)을 계기로 2년마다 실시하는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퍼시픽 드래건)도 비공개로 치렀다. 한·미·일 이지스 구축함들이 참가하는 이 훈련은 북한 탄도미사일로 설정된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국 감시 자산이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 만큼 세 나라가 힘을 모아 더 넓은 대북 감시망을 펼치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일이 앞으로 이것들(미사일 경보 및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을 공식화해서 대외적으로 (북한에)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장관은 북한의 대표적 제재 회피 수단인 불법 해상 환적(옮겨 싣기)을 차단하기 위한 공조도 강화하기로 했다.세 장관은 회담 이후 내놓은 공동보도문에서 "3국이 추가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식별해(identify)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과 한일 관계 개선을 감안해 3국 연합훈련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한·미·일이 2018년 한일 간 초계기 갈등으로 중단했던 인도적 차원의 재난구조훈련이나 대잠수함·대테러 연합훈련을 재개할지도 주목된다. 그러나 이 장관은 각국 병력이 집결하는 3국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한미 군사훈련과 한·미·일 군사훈련은 다르다. 달리 접근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이번 회담에서는 인도·태평양과 대만해협을 둘러싼 갈등도 의제에 올랐다. 세 장관은 공동보도문에 "현 상태를 변경하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일방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이들은 회담에서 항해와 비행상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입장을 취했다. 세 장관은 회담에서 "모든 분쟁은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러시아를 의식한 입장도 밝혔다.이날 이 장관은 한·미·일 3자 회담에 앞서 오스틴 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고 대북 확장 억제력 강화에 주력했다. 이 장관은 오스틴 장관에게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한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 개최 △미국 전략자산 적시 전개를 위한 한미의 노력을 강조했다. 이어 양측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미 연합연습 및 훈련 범위·규모 확대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당국 간 협의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양 장관은 회담에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정상 배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오스틴 장관은 이 장관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에둘러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장관은 무기 지원에 국내법적인 제약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제한된 범위 내에서 우리가 최대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 장관은 12일 샹그릴라 대화 연설을 통해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의향도 있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